잡지에서 읽은 시

꽃그늘에 복사뼈를 묻고서/ 최백규

검지 정숙자 2019. 2. 4. 22:46

 

    꽃그늘에 복사뼈를 묻고서

 

    최백규

 

 

  그리운 사람도 없이 열이 오른다

 

  갈빗대 언저리에 든 멍이 묽어질수록 봄이 녹슬어 간다 오래 삭아가고 있다

 

  향을 피우듯

 

  비탈에 걸터앉아 묘목을 심는다 이 숲에서 철거되고 싶은 건 나밖에 없다 죽은 사람의 피는 다 어디로 갈까

 

  빈 계절이 장례식이다

 

  이따금 해진 별이 소매에 쌓인 먼지처럼 우수수

  쏟아지고

 

  무사히 누그러지는 바람만이 묻어 놓은 슬픔을 상하지 않게 한다

 

  흐려진 발목을 적시면 시들어 가던 길에서 심연으로부터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마음만 들었다

 

  혀뿌리를 길게 뽑아놓은 개가 꽃나무 아래 쓰러져 있다

 

  핏줄이 끝없이 펄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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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토피아』2018-겨울호 <신작시>에서

  * 최백규/ 2014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뿔'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