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시집 · 감성채집기

뒷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1. 3. 20. 01:46

 

                      

    뒷 글  

 

    정숙자

            


  어느 시에서인들 그렇지 않으랴만 토씨 하나까지도 저울에 달

아서 쓰고자 했다. 약사가 중환자의 약을 짓듯이 0.01그램의 불

균형에도 어휘를 갈고 다듬었고 덜고 보태려고 해보았다.2000편

에 달하는 습작을 거쳤음에도 단시는 가쁜 숨결만 요구하는 악

산이었다. 악산이다. 여기 실린 단시 한 편 한 편마다 바쳐진

시간과 종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단시는 짧다고만 되는 게 아니고 의미함축이 얼마만큼 되어

있느냐, 얼마만큼 말의 맛이 있느냐. 긴축․결정체가 이루어져

있느냐 등이 문제일 것이다. 그중 어느 하나가 부실해도 作品으

로서의 생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줄 안다.

  나는 어떤 일에 대한 실천적 결정에 있어서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 시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변화는 시도로부터’ 라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변화가 발전 자체

는 아니지만 연결고리의 구실을 하는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또한, 나는 한 번 주어진 삶을 시문학에 바칠 각오로 살아왔

다. 앞으로도 시를 위해서 끝없이 정성을 바칠 생각이다.

  그동안 나의 시공부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이 시집의 해

설을 써주신 김용직 선생님께, 책을 엮어낼 수 있도록 해주신

<한국문연>의 원구식 사장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1994. 가 을.

                                                                   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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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감성채집기』에서/ 1994. 10. 10.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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