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의 습성
박남희
내가 버린 발자국이 자꾸만 나를 따라온다
내가 오래 전에 버려서
어느 곳에 어떤 모양으로 버려져 있는지도 모르는데
나를 따라와서 나에게 자꾸 뒤를 돌아보라고 보챈다
오랫동안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그 위로 낯선 발자국이 무수히 지나갔건만
발자국은 때로 제 몸에 찍힌 또 다른 발자국까지 데리고 와서
내 발걸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나는 내가 발자국을 버린 줄 알았는데
어쩌면 발자국이 나를 버리고 끝내 아주 잊지 못해서
살금살금 내 뒤를 밟아 온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발자국은 잘못 찍은 인감도장 같은 것이었는지
나를 쉽게 보내주지 않고 끝끝내 심문한다
언젠가 커다란 호수를 지날 때
저것이 어쩌면 우주거인의 발자국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잊을만하면 비가 내려 호수에 물이 고이는 것도
발자국의 습성 때문은 아닌지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무심코 버린 발자국들이
아우성처럼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내 발자국이 무심코 밟고 다녔을 이름 모를 발자국들의 아우성으로
지금 창 밖은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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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대』 2016-가을호 <신작시>에서
* 박남희/ 경기 고양 출생, 1996년《경인일보》, 1997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폐차장 근처』『고장난 아침』외, 평론집『존재와 거울의 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