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최설
바닥은 콘크리트 양생 중
한번 밟으면 평생 남을 자국 앞에
홀로 들어서 있다
왜 나한테만 그래
문을 걸어 잠근 아이는
이랬다 저랬다 노래하다 춤추다 울다가
마음도 잠이 든다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전을 뒤집으며 어머니는 말한다
너는 좋겠다 여전히 젊고
나는 내 나이가 매일 무거워
마음은 변함이 없어서
다시 뒤집으면 무럭무럭 커져만 간다
어느 밤 나는 모닥불 피워 놓고
양생했었지 차가운 사막의 바닥
미끌거리는 별들이 모래 위에 가득하면
땅도 하늘도 무럭무럭 터지고 얽혀
하나였다, 어머니도 나도 아이도
사막의 노래를 부른다 콘크리트는 차고 여전히 거기
모두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망설임 들어오세요
오늘도 무럭무럭 양생 중
-전문(p. 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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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3-4월(400)호 <신작특집> 에서
* 최설/ 2015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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