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무럭무럭/ 최설

검지 정숙자 2023. 6. 29. 02:39

 

    무럭무럭

 

    최설

 

 

  바닥은 콘크리트 양생 중

  한번 밟으면 평생 남을 자국 앞에

  홀로 들어서 있다

 

  왜 나한테만 그래

  문을 걸어 잠근 아이는

  이랬다 저랬다 노래하다 춤추다 울다가

  마음도 잠이 든다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전을 뒤집으며 어머니는 말한다

  너는 좋겠다 여전히 젊고

  나는 내 나이가 매일 무거워

  마음은 변함이 없어서

  다시 뒤집으면 무럭무럭 커져만 간다

 

  어느 밤 나는 모닥불 피워 놓고

  양생했었지 차가운 사막의 바닥

  미끌거리는 별들이 모래 위에 가득하면

  땅도 하늘도 무럭무럭 터지고 얽혀

  하나였다, 어머니도 나도 아이도

  사막의 노래를 부른다 콘크리트는 차고 여전히 거기

  모두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망설임 들어오세요

  오늘도 무럭무럭 양생 중

    -전문(p. 68-69)

 

   ------------------

  * 『현대시』 2023-4월(400)호 <신작특집> 에서

  * 최설/ 2015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