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시문학상 수상작> 中
모든 육체는 다 풀이다*
박분필
바람과 빛의 파노라마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오르는 샛별오름
높은 파도가 푸른 바다를 소용돌이치듯 하얗게 펼쳐 보이는 억새꽃 물결
빛 너머에는 또 다른 빛이 있었고 바람 너머에는 또 다른 바람이 있었다
포효하며 흐르는 바람강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물살이 어딘가
먼 곳으로 나를 실어 갈 것만 같아 나를 바닥에 가라앉힌다
휘파람 소리에 눈을 뜬다 휘파람의 이랑과 골에 뭉텅뭉텅 남아
있는 묵직한 통증들 온몸을 휘저어 운다
마치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오면 정월
대보름의 들불축제
이곳은 다 불길에 휘감길 것이고 까맣게 타버릴 것인데 죽음의
씨앗처럼 심어진 봉분도 싹틀 수 있을까
새롭게 피어날 날개들이 부활의 춤을 춘다 하얀 억새꽃과 보라색
하늘에 감도는 깊은 침묵을 메워 줄
모든 육체는 다 풀이다
-전문(p. 128)
* 이사야 40장 7절
* 심사위원 : 강우식 박제천 이길원 장순금 정복선
----------------------
* 『문학과창작』 2023-여름(178)호 <2023, 한국시문학상/ 수상작> 에서
* 박분필/ 1996년『시와시학』으로 문단 활동 시작, 시집『창포잎에 바람이 흔들릴 때』『산고양이를 보다』『바다의 골목』등, 동화집『홍수와 땟쥐』『하얀 전설의 날개』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지경(更之更)에 대하여/ 김송배 (0) | 2023.06.25 |
|---|---|
| 윤정구_아름다운 사람의 본심을 지켜···(발췌)/ 천지연 폭포 : 손옥자 (0) | 2023.06.24 |
| 이정현_사랑에 관한, ···시인을 만나다(발췌)/ 그런데, 오늘은 : 한영옥 (0) | 2023.06.23 |
| 아버지의 등/ 김진명(金鎭明) (0) | 2023.06.23 |
| 먼저 간 슬픔/ 김영재 (0) | 202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