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그림자 외 1편
권애숙
기울어진 버드나무 물소리에 젖고 있다
키가 큰 한 사람도 버들 곁에 젖고 있다
그림자
하나로 뭉쳐
아래쪽으로 흘러간다
기울어진 것들이 젖고 또 흐르는 것
서로에게 몸 기댄 채 물결 조금 일렁이며
담담히
경계도 없이
이름도 몸도 없이
-전문(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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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치 젖은 시간
밤새운 저 울음이 새벽을 열고 만다
그래 너도 젖었구나 속내까지 물컹하다
혼자서 열어온 먼 길 모퉁이가 닳았다
꺾어진 구석에서 어둑한 뒷전에서
긁어야 열릴 거라 아는 말도 다시 쓰고
골목을 훑고 가는 바람 어제하곤 다른 소리
-전문(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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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집 『첫눈이라는 아해兒孩』에서/ 2023. 5. 15. <문학의전당> 펴냄
* 권애숙/ 경북 선산 출생,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 1995년 『현대시』로 시 부문 등단, 시집『차가운 등뼈 하나로』『카툰세상』『맞장 뜨는 오후』『흔적극장』『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 산문집『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 동시집『산타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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