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도요새/ 이날

검지 정숙자 2023. 5. 2. 01:53

 

    도요새

 

    이날

 

 

  동생은 밥숟갈도 들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아빠는 방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고, 왜 우냐고 엄마가 아무리 물어도 동생은 말이 없었다. 나는 동생에게 왜 우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동생은 말이 없었고 나는 동생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빨리 말하라고 했다. 그제야 동생은 대답했다. 안경이 없어서 운다. 안경이 없어서 운다. 나는 팍 서러워졌다. 내 동생이 안경이 없어서 운다니. 나는 동생을 데리고 외출했다. 가까운 안경원으로 가자, 어깨를 토닥이며, 오빠가 안경 사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말했다. 동생은 울음을 조금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걸으며 기도했다. 안경이 이유의 전부이게 해주세요.

  -전문(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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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산문』 2022-가을(115)호 <신작시>에서  

  * 이날/ 2015년 『포지션』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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