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외 1편
박지우
강을 건너는 새들이
강변의 햇살을 물고 가로지르면
가을이 튕겨 올라
물의 건반 위로 쏟아지지
가끔 혼자 저녁을 먹는
당신의 어느 지점에서 출렁여야 하는지
강을 건너는 새의 날갯짓처럼
빠르게 더러 느리게 강변을 걸을 때
물고기들이 솟구쳐
다가서면 사라지는 은빛 나비 떼
당신의 피아노가 건너는 강
악보가 출렁거려
당신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 때
다리에 걸린 하늘을 따라 당신의 음계가 투명해지지
-전문(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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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들
비는 모든 존재의 키를 키운다지
어쩌면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들기 위해 내리는지도 몰라
꽃을 탐하는 비의 건널목으로
산란하는
우산 하나, 둘
그리고 우산 셋
물비린내 날리는 여자가 위태롭게 걸어간다 화려하게 치장한 나비처럼 알록달록 동그랗고 투명한 얼굴들 목줄 풀린 개가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울퉁불퉁 휘청거리는 비, 당신을 잃어버리겠어요
나, 비, 나비를 꿈꾸는 노랗고 빨간 지느러미
비의 몸뚱이들
후드득 후드득
앞다투어 뛰어내리는
오독의 문자들
백색소음에 출근길이 저만치 달아난다
-전문(p. 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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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우산들』에서/ 2023. 2. 5. <한국문연> 펴냄
* 박지우/ 충북 옥천 출생, 성장-유성에서, 현재-부천, 2014년『시사사』로 등단, 시집『롤리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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