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현/ 심재휘

검지 정숙자 2023. 2. 15. 03:01

 

    하현

 

    심재휘

 

 

  모로 누우면 어두운 창에

  하현이 들어옵니다

  늦게 뜨는 달입니다

  낮에 뜬 달이나 저녁에 뜬 달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것입니다

 

  참 편안했던 신발이었거나

  다정했던 문고리였거나

  목에 잘 맞았던 베개는

  이제 모두 그믐의 일입니다

  지금 내게는 모로 누워 아픈 어깨와

  창문을 막 벗어나려는 하현뿐입니다

 

  창문을 지나간 것들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잠을 잃은 것이 아니라

  밤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전문(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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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파란』 2022-여름(25)호 <poem> 에서

  * 심재휘/ 1997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