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야기 외 1편
김지율
갑자기 쏟아진 폭우였다
창문으로 문 안으로
비가 몰아치고
현관으로 거실로 비가 들이쳤다
도로 위로 큰 개가 떠내려가고
방 안에서 나갈 곳을 찾지 못해
퍼덕이는 새와 눈이 마주쳤다
작은 식탁과 어항
빨간 트렁크가 떠내려갔다
복도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콘센트가 잠기고 의자가 잠기고 뒤뚱뒤뚱 거위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 새로운 날씨와 떠내려간 말들은 돌아올 수 있을까
폭우 속에서 망가진 우산과 부리 속에 넣어 준 검은 잎
물을 퍼내면
물이 들어왔다
미끄러운 기억들은 순서대로 침묵하고
순서대로 침착했다
쏟아지는 비를 퍼내며
건널목에 두고 온 작고 흰 개를 생각했다
비가 그칠 때까지
나는 그 장면 속에서 계속 물을 퍼내고 있었다
-전문(p.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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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박수가 아니라고
콩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한 요가 선생님은
구운 서리태만 먹다가 이민 갔다
배에 주는 힘을 다짐이라 말할 때
해야 할 말과 하지 못하는 말이 자주 헷갈렸지만
너에게서 태어나
나에게서 죽던 비밀처럼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는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누군가의 신발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하나의 마음을 지우면
하나의 얼굴이 사라지고
바다가 범람할 때까지 춤추는 고래가 되어라
전단지 위에 전단지를 붙이며
진짜 끝내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네가 돌아보지 않는 등은
불 꺼진 창문 같고
들키지 않기 위해 화단에 뿌린 씨앗처럼
꽃잎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엔딩은 박수가 아니라고
그것은 다만,
부서진 난간과 봄밤의 일이라고
-전문(p. 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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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우리는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에서/ 2022. 10. 15. <파란> 펴냄
* 김지율/ 2009년『시사사』로 시 부문 등단, 시집『내 이름은 구운몽』, 대담집『침묵』, 에세이집『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들』, 저서『한국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문학의 헤테로토피아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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