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있는 강물
구재기
아무러거나 발걸음을 멈추고
강둑에 앉아 강물을 굽어보는데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이 남아있는 것일까
흐르는 강물을 절여 가며
달빛은 쉬지 않고 스멀거린다
아무리 진정을 꿈꾸어도
대낮처럼 열없이 부서져버리는
고요인 바에야
한밤의 풀잎, 풀잎마다 맺혀
맨머리로 부는 몰바람쯤일 게다
달빛이 너무 밝아 구름은
짙은 그림자를 강물에 거둬들이고
한참을 지나, 이리저리
내려놓기로 하는데, 비틀비틀
강물의 달빛은 다름이 없고
하늘의 달은 제 자리에 멈추어 있다
-전문(p. 29)
▶시인은 사실을 넘어서려는 초월적 존재다(발췌)_이오장/ 시인 · 문학평론가
시인은 달 있는 강물에서 삶의 전체를 한순간에 보았다. 사람의 성장 단계는 4등분이다. 유아기, 소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구분하여 차츰 단계를 밟다가 마지막을 맞는다. 이 작품은 여기에 결부된 또 하나의 삶의 과정이다. 4연으로 나뉘어 삶을 그려낸 것이다. 그러나 순서가 있지는 않다. 떠오르는 대로 나열하였고 첫 연과 마지막 연에서 노년기의 회한을 그려내어 삶의 전체를 반영하였다. 자연과 사람은 하나이며 자연에서 얻어진 모든 것이 사람이 희로애락을 구분 짓게 한다는 시인의 결론이다. (p. 시 29/ 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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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 2022-겨울(34)호 <계간평> 에서
* 이오장/ 1953년 전북 김제 출생, 2000년『믿음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왕릉』『고라실의 안과 밖』『천관녀의 달』등, 동시집『서쪽에서 해 뜬 날』『하얀 꽃바람』, 평론집『언어의 광합성 창의적 언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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