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관음(觀音)/ 이인원

검지 정숙자 2022. 12. 2. 02:07

 

    관음觀音

         슈베르트에게

 

    이인원

 

 

  높게 솟구치지만 결코 건반 밖으로는 뛰쳐나가지 않는

  송어 떼

 

  온 몸에 묻은

  햇살무늬를 복사한 음표

  출렁대는 오선지 위로 좌르르 쏟아붓는다

 

  좋은 사람끼리의 눈웃음처럼

  아가미에서 지느러미를 간지럽게 오가던

  물방울들의 흰 손가락이 닿자마자

 

  메조 포르테에서 포르테로 단박 부푸는 구름

 

  송어,

  실은 공중을 날아다녔었다

 

  무지개 슬며시 강물에 빠진 날

  눈부신 파랑 속으로 앞다퉈 뛰어 내렸던 것

 

  엉켰다 풀리고

  풀렸다 엉키는

  액화된 하늘 악보를 간신히 따라 읽으며

 

  자꾸

  건반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나를 안간힘 다해 다잡고 있다

 

  발가락에서 머리 끝까지

  전신을 뒤덮어오는 은비늘 쓰다듬고 쓰다듬어보고 있다

    - 전문(p. 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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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겨울(171)호 <중견 시인 신작시 특집> 에서

    * 이인원/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궁금함의 정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