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觀音
슈베르트에게
이인원
높게 솟구치지만 결코 건반 밖으로는 뛰쳐나가지 않는
송어 떼
온 몸에 묻은
햇살무늬를 복사한 음표
출렁대는 오선지 위로 좌르르 쏟아붓는다
좋은 사람끼리의 눈웃음처럼
아가미에서 지느러미를 간지럽게 오가던
물방울들의 흰 손가락이 닿자마자
메조 포르테에서 포르테로 단박 부푸는 구름
송어,
실은 공중을 날아다녔었다
무지개 슬며시 강물에 빠진 날
눈부신 파랑 속으로 앞다퉈 뛰어 내렸던 것
엉켰다 풀리고
풀렸다 엉키는
액화된 하늘 악보를 간신히 따라 읽으며
자꾸
건반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나를 안간힘 다해 다잡고 있다
발가락에서 머리 끝까지
전신을 뒤덮어오는 은비늘 쓰다듬고 쓰다듬어보고 있다
- 전문(p. 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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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겨울(171)호 <중견 시인 신작시 특집> 에서
* 이인원/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궁금함의 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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