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서영택
코로나의 거리는 허기진다
눈을 보고 알지 못하고 목소리를 듣고서야
인사 나누는 마스크 속의 표정들
얼굴 잃어버린 나무들 사이
절망의 신호는 몸을 불리며 단단해진다
순식간에 무너진 상가들, 앰뷸런스에 실려 간 백년가게 간판은 백 년이 되기 전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무자비한 폭력 앞에 서빙하는 목소리 울리던 풍경은 사라지고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든 고지서만 쌓인다 이전 같으면 구청이나 소방서에서 수시로 나와 겁을 주곤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추운 대기를 파고드는 꿈을 벗은 눈빛들
눈물은 비명으로 이어져 함성이 되어간다
계절의 빈 공간으로 눈발이 쓸쓸히 날아들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어둠이 서로를 쓰다듬는 사이
마지막 출구를 향한
결단의 감정이 온통 흑백으로 변해가고 있다
- 전문 (p. 73-74)
◈ 제목 끝에 [▼] 표시가 된 작품은 시인들이 직접 뽑은 1-2년 내의 근작 대표시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시작품상 후보작으로 검토됩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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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2-9월(393)호 <신작특집>에서
* 서영택/ 2011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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