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죽은 새끼를 물고/ 최연숙

검지 정숙자 2022. 11. 6. 01:01

 

    죽은 새끼를 물고

 

    최연숙

 

 

  지중해 안탈리아 해변

  뜨거운 모래밭에서 물개 한 마리

  몇 시간째 울부짖는다

  목은 쉬고 눈가에 눈물이 흥건히 젖은

  어미 물개 앞에는

  사산한 새끼가 널브러져 있다

  어미는 새끼의 몸에 자꾸 얼굴을 갖다 댄다

  급기야 물에 닿으면

  혹 살아나지나 않을까 하고

  새끼를 물고 물가로 간다

  새끼가 미동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죽은 새끼를 모래밭에 내려놓고서

  바다를 막아 선다

  죽은 새끼 앞에서

  어찌 할 줄 모르는 에미의 마음

  뉴스에서는 자식을 죽인 비정한 

  젊은 여자가 얼굴을 가리고 차에서 내린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는 간명하다. 죽은 새끼를 낳은 어미 물개가 운다. 몇 시간째 울부짖다가 '새끼의 몸에 자꾸 얼굴'을 갖다 댄다. 급기야 '물에 닿으면 혹 살아나지나 않을까 하고 새끼를 물고 물가'로 데려간다. 파도가 밀려와 새끼를 흔든다. 하지만 새끼는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파도가 밀려와 반복해서 새끼를 치자 보호 본능이 일어난 어미는 다시 '죽은 새끼를 모래밭에 내려놓고서 바다'를 막아선다. 그렇게 '물개 어미'는 '사산한 새끼'를 눈앞에 두고 허둥거리고, 그런 '에미의 마음'을 느낀 화자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슬픔을 느낀다. 죽은 새끼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에미의 마음'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고 허둥대는 '어미 물개'의 행위가 숨을 막히게 한다. 이 시는 여백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어미 물개'의 행위만으로 긴장감을 심어준다. 몇 시간째 울고 있는 '어미 물개', 그러다가 '새끼의 몸에 자꾸 얼굴을 갖다 대는' 어미 물개, 급기야 죽은 새끼를 살리고자 물가로 물고 가는 어미 물개, 죽은 새끼를 삼킬 듯 다가오는 파도에서 두려움을 느껴 바다를 가로막고 서는 어미 물개의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의 모든 '어미'는 그러했을 것이다. 몇 시간째 울고 있는 '어미 물개'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마음결도 잘 전달된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몇 시간째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안쓰러워 함께 울었을 터. 이 시는 '어미'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그 '에미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한다는 점에서 감동적인 시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의 형상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 같다. (p. 13/ 론 109-110) (오봉옥/ 시인 ·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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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있다』에서/ 2022. 10. 20. <생명과문학> 펴냄

  * 최연숙/ 1960년 전남 영암 출생, 2005『시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2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유다의 하늘에도 달이 뜬다』, 수필집『작은 풀꽃의 사중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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