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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외 1편/ 이성수

검지 정숙자 2022. 10. 27. 03:07

 

    9월 외 1편

 

    이성수

 

 

  담배 피우러

  반음씩 떨어지는 계단 내려가는데

  매미 한 마리

  배 뒤집은 채

  바짝 마른 몸뚱이

  바닥에 던져놓았다

  두  칸 아래 계단은 바리톤 음역

  매미는 자기가 죽을 구역도 찾지 못한 것일까

 

  날개에 초록색 피가 흐른 날이 아직도 그리울까

  기억도 낡은 몸뚱어리 손안에 두었는데

  되살아나 악보를 펼치려 한다

  현관문 나가

  손바닥 폈다

 

  4옥타브 음계를 넘나들던

  매미는 날지 않았다

  보면대 닮은

  매미 등 두드려도

  성대가 파열된

  매미는 마침표가 되어 있었다

 

  손바닥이 간지러웠다

  그 누구  울어줄 사람도 없어

  우주의 한순간 악보를 접는다

 

  내가 지은 죄 매미에게 다 덮어씌우고 나서야

  여름이 다 가고 말았다

    -전문 (p.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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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열쇠 세 개

 

 

  하나는 목에 걸고 다니고

 

  하나는 출입문 옆 화분 아래

 

  또 하나는 누이동생

 

  전화 안 받으면

  우리 집 문 열어봐라

 

  오래돼 썩은 둥치 하나 있으면

  내다가 불태워 버려라

     -전문 (p.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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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눈 한 번 깜빡』에서/ 1판 1쇄 2022. 5. 8_1판 2쇄 2022. 9. 13. <북인> 펴냄  

   * 이성수/ 1964년 서울 출생, 1991년『시와시학』 제1회 신인 공모를 통해 등단, 시집『그대에게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 <빈터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