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인십색十人十色
신사임당의 묵포도도墨葡萄圖
주경림朱卿林
터질 것 같은 깜장 알갱이
조금 덜 익은 자주보랏빛 알갱이
설익어 떫은 맛 도는 연두색 알갱이
한 송이에 달렸어도
신사임당 붓끝의 먹의 농담 따라 알알이
익는 속도가 다르다
포도가 잘 익어가라고
덩굴손이 가지를 빙글빙글 감아돌더니
허공으로 튕겨 세를 넓혀간다
크지도 익을 것 같지도 않은
작은 알갱이도 군데군데 끼어있다
바로 내 겉모습인 듯,
겉은 설익어 푸른빛이 도는데
썩은 속이 꺼멓게 내비쳐 보이는 포도알도 있다
상한 내 마음을 들여다 본 것 같아, 흠칫
뜨거운 햇빛과 비바람 가려주는
손바닥 만한 포도 잎 한 장 뒤에서
포도 알갱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속도로 깊어지고 있다
-전문 (p.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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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學 史學 哲學』 2022-가을(70)호 <문학_중국어로 읽는 한국시 45>에서 (블로그주:중국어 번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 주경림/ 1992년『자유문학』시 당선, 시집 『풀꽃우주』 『뻐꾸기창』 외 2권, 시선집 『무너짐 혹은 어울림』, 한국시문학상 · 중앙뉴스문학상 · 한국꽃문학상 대상 수상, <유유>동인, <현대향가시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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