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십인십색(十人十色)/ 주경림

검지 정숙자 2022. 10. 5. 02:10

 

    십인십색十人十色

         신사임당의 묵포도도墨葡萄圖

 

     주경림朱卿林 

 

 

  터질 것 같은 깜장 알갱이

  조금 덜 익은 자주보랏빛 알갱이

  설익어 떫은 맛 도는 연두색 알갱이

 

  한 송이에 달렸어도

  신사임당 붓끝의 먹의 농담 따라 알알이

  익는 속도가 다르다

 

  포도가  잘 익어가라고

  덩굴손이 가지를 빙글빙글 감아돌더니

  허공으로 튕겨 세를 넓혀간다

 

  크지도 익을 것 같지도 않은

  작은 알갱이도 군데군데 끼어있다

  바로 내 겉모습인 듯,

  겉은 설익어 푸른빛이 도는데

  썩은 속이 꺼멓게 내비쳐 보이는 포도알도 있다

  상한 내 마음을 들여다 본 것 같아, 흠칫

 

  뜨거운 햇빛과 비바람 가려주는

  손바닥 만한 포도 잎 한 장 뒤에서

  포도 알갱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속도로 깊어지고 있다

    -전문 (p. 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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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學 史學 哲學』 2022-가을(70)호 <문학_중국어로 읽는 한국시 45>에서 (블로그주:중국어 번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 주경림/ 1992자유문학시 당선, 시집 풀꽃우주 뻐꾸기창  2, 시선집 무너짐 혹은 어울림, 한국시문학상 · 중앙뉴스문학상 · 한국꽃문학상 대상 수상, <유유>동인, <현대향가시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