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갇힌 사람 1/ 여태천

검지 정숙자 2022. 8. 23. 16:20

 

    갇힌 사람 1

 

    여태천

 

 

  너는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나는 넘어가는 햇살을 등지고

 

  얼마 남지 않은 수분을 지키기 위해

  밀쳐낸 잎들

  시간들이 안간힘을 쓰듯 매달려 있다

 

  살겠다고 저 문을 열고 나와 두 손으로 닫아걸었는데

  닫힌 그 문 앞에

  나뭇잎처럼 내가 있다

 

  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달아난 피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 채

  발가락 끝에 고이고

 

  손을 뻗어 잡으려 할 때마다

  마음으로부터 멀어진 숨결은

  푸른빛을 내며 사라졌다

 

  등 뒤로 은행잎 하나

  오래전 에오세 진자운동을 하며

  느리게 떨어지고 있다

    -전문(p. 47-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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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2-가을(67)호 <시에 시>  에서

 * 여태천/ 경남 하동 출생,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저렇에 오렌지는 익어가고』『스윙』『국외자들』『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