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詩처럼 외 1편/ 정수자

검지 정숙자 2022. 8. 20. 02:00

 

    詩처럼 외 1편

 

    정수자

 

 

  흐느끼다 깨어 보니

  베개맡이 말끔하다

 

  누가 운 것인가

  꿈의 꿈 내편인가

 

  내장을

  다 쏟았는데

 

  얼척없다

  시처럼

 

  쓰린 꿈 잇다 말고

  폰이나 또 집어 들고

 

  잘 지내 일없이

  못 지내 열없이

 

  시처럼 

  척하는 동안

 

  지척들에

  금이간다

   -전문 (p. 44)

 

 

    ---------------------

   파도의 일과

 

 

  청이 딱히 없어도 맨발로 내딛는 건

 

  바람과 손잡은 파도의 오랜 비밀

 

  푸르른  등을 미는데 흰 속곳 춤이라니!

 

  더러는 하품이고 거품뿐인 일과라도

 

  바위야 부서져라 껴안고 굴러 보듯

 

  필생의 운필을 찾아 눈썹이 세었다고

 

  파도의 투신으로 해안선이 완성되듯

 

  모래를 짓씹으며 달리리니 라라라

 

  지면서 매양 칠하는 노을의 화법처럼

     -전문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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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파도의 일과』에서/ 2021. 10. 7. <걷는 사람> 펴냄 

  * 정수자/ 경기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 전국 시조백일장>장원으로 등단, 시집『비의  후문』 외 5권, 논저『한국현대시의 고전적 미의식 연구』외 공저『한국현대시인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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