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처럼 외 1편
정수자
흐느끼다 깨어 보니
베개맡이 말끔하다
누가 운 것인가
꿈의 꿈 내편인가
내장을
다 쏟았는데
얼척없다
시처럼
쓰린 꿈 잇다 말고
폰이나 또 집어 들고
잘 지내 일없이
못 지내 열없이
시처럼
척하는 동안
지척들에
금이간다
-전문 (p.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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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일과
청이 딱히 없어도 맨발로 내딛는 건
바람과 손잡은 파도의 오랜 비밀
푸르른 등을 미는데 흰 속곳 춤이라니!
더러는 하품이고 거품뿐인 일과라도
바위야 부서져라 껴안고 굴러 보듯
필생의 운필을 찾아 눈썹이 세었다고
파도의 투신으로 해안선이 완성되듯
모래를 짓씹으며 달리리니 라라라
지면서 매양 칠하는 노을의 화법처럼
-전문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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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파도의 일과』에서/ 2021. 10. 7. <걷는 사람> 펴냄
* 정수자/ 경기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 전국 시조백일장>장원으로 등단, 시집『비의 후문』 외 5권, 논저『한국현대시의 고전적 미의식 연구』외 공저『한국현대시인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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