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들리지 않는 노래/ 나희덕

검지 정숙자 2022. 6. 27. 01:44

 

    들리지 않는 노래

 

    나희덕

 

 

  날개와 발톱이 있다면

  당신은 새  여자

 

  꼬리와 지느러미가 있다면

  당신은 물고기  여자

 

  몸이 조금씩 변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물에 비친 모습을 보았지

  당신은 머리를 빗어내리며 노래를 불렀지

 

  물거품처럼 떠가는 노래

  오래전 당신이 부르던 노래

  아기를 업어 재우며 부르던 노래

  슬픔의 베틀 앞에 앉아 부르던 노래

 

  피에서 솟구친 노래는 어떻게 떨어져내리나

  모래언덕을 잃어버린 파도는 어떻게 출렁거리나

 

  사랑을 잃고

  그 때문에 목소리마저 잃은 당신

  침묵이 가장 무거운 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이도 있었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낡은 거푸집을 헤치고 날아오르느라

  날개가 부러진 흔적이 있다면

  당신은 새  여자

 

  찢긴 지느러미를 지니고 있다면

  당신은 물고기  여자

     -전문(p. 126-127)

 

  * 에스프리; 나의시_나희덕>에서 한 구절/ "우주목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북을 만들면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게 된다는 전설도 있다."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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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나희덕/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뿌리에게』『그곳이 멀지 않다』『사라진 손바닥』『파일명 서정시』등, 시론집『한 접시의 시』등, 산문집『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등, 현)서울 과기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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