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환절기/ 이심훈
                검지 정숙자
                 2024. 7. 29. 01:26
              
                          
            <권두시>
환절기
이심훈
스쳐 지나는 바람의 표정도 수시로 변해
흘러가고 나면 되짚어 올 수 없는 감정
한 번 건너면 오지 못하는 환절기
강변 마른 갈대숲 살얼음으로 엉킨
옷자락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 꽃샘 길
쇠기러기들 일순 날아올라 먼 길 떠난다.
평생 걸리고도 남을 가짓수를 품은 감기
견디는 것 외 치료법이 없는 불치의 감성
막힌 인후가 풀리고 기침이 터져야 봄이다.
지난 계절 서운했던 일들일랑 거둬들이고
혹여 서운하게 했던 일들이나 헤아려 보며
마음 비운 그 언저리에 가랑잎 모여든다.
겨우내 언 삭신 풀려 흐르는 여울목 버들개지
풍향계 방향 바뀌는 쪽으로 귀 기울이는 곡선
미련 없이 돌아서 갈 줄 알아야 철새다.
-전문, 시집 『뿌리의 행방』에서, 현대시 어드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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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3-12월(408)호 <권두시> 에서
* 이심훈/ 충남 부여 출생, 2003년『시사사』로 등단, 시집『못 뺀 자리』『안녕한가 풀들은 드러눕고 다시 일어나서』『시간의 초상』『장항선』『바람의 책력』『뿌리의 행방』, 시문집『느림과 기다림의 장항선 인문학 기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