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 사람/ 이서란
검지 정숙자
2024. 7. 28. 02:18
한 사람
이서란
책 한 권을 읽는데
족히 십 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겉표지에 난 수많은 칼자국
제목의 글씨는 상처로 얼룩져
어떤 글자였는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버릴 수 없는 애정 어린 책
서로에게 스며들기 위해 뒤척이던 시절
서로를 몰라 마구 찔러대기만 했지
언제부터였을까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펴 들고
다가서면 심장을 찌르는 통증
알았습니다. 우리는 혈통이 다른 족속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경청하는 방식으로
해진 책 한 권을 건너갑니다
-전문(p.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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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 『바다의 메일』 <신작시 > 에서/ 2024. 6. 5. <미네르바> 펴냄
* 이서란/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별숲에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