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별이 된 시▼/ 김휼

검지 정숙자 2022. 3. 22. 01:46

 

    별이 된 시

 

    김휼

 

 

  행간마다 깊은 강물이 흐른다

 

  소리 없이 사라진 시간 속을 뒤적이다 보면 암울한 페이지에서 항상 그가 나왔다 그때마다 나는 그를 데리고 불면의 창에 앉아 말없는 응시로 서로의 아픔을 읽다 밤새 붉은 성을 쌓기도 했는데 홀연 선잠에 들어 눈을 뜨면 종종 북간도 어디쯤에 가 있었다

 

  한 줄 시에 걸린 바람을 타고 날아간 마을의 하늘은 슬픈 예감처럼 시리게 푸르렀다 내일과 다음 생 중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몰라* 어른들은 녹슨 못에 목숨을 걸어두고 길을 다녔다 글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이들 손엔 닦아야 할 거울이 들려지고 밤이면 낡은 고통을 끌어 함께 시린 곳을 덮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은 바람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픈 역사는 흘러 꽃의 쓰라림에 닿고 흐르지 못한 소년은 별을 노래하곤 했다 지워진 길 앞에서 한 줌 돌을 집어 어둠 속에 뿌렸다 밤하늘에 펼쳐진 찬란한 폐허 차가운 심장에 시린 눈물을 채우면 돌은 별이 되었다

 

  말을 잃고 밤을 앓는 계절에도 빛은 자랐다 그것은 광포한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을 흰 그림자 같은 시를 위해 백지를 마주할 때면 그가 건네고 간 거울을 본다 그것은 심중에 들인 하늘 어김없이 나는 부끄럼에 무화과 잎으로 옷을 짓고

 

  떨리는 눈물 같은 별, 별이 된 문장으로 나를 씻는다

      -전문-

 

     * 티베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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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2월(386)호 <신작특집>에서

  * 김휼/ 2017『열린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