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정재민_ 담배, 그 신령한 풀에 대한 시가들(발췌)/ 종어요 : 황현

검지 정숙자 2020. 4. 2. 16:00

 

 

    종어요種箊謠

 

    황현(1856-1910, 54세)

 

 

  我亦十年爲佃客 나 또한 십 년 동안 소작인이 되어서

  怏怏麥麥人之同 남들처럼 모 심고 보리 갈고 하는데

  秋熱要盡公私稅 추수하여 조세 소작료 다 제하고 나면

  磬室依舊風非風 텅 빈 곳간 그대로 풍년이 풍년 아니라네.

  自種菸艸田菸山 그러다가 산전에 담배농사 지은 뒤로는 

  柴門犬老㲠夢茸 늙은 개가 사립에서 꼬리를 흔든다네.

  但得年年菸價翔 다만 해마다 담배값이 오른다면

  肯羡三白囷廛崇 어찌 삼백 전의 많은 곡식을 부러워하랴.

  痴氓免餓眞好命 백성은 굶지 않음이 진짜 행복이거니

  水田莫笑山田農 논농사하는 이들 밭농사를 비웃지 마소.   

     

 

   ▶ 담배, 그 신령한 풀에 대한 시가들(발췌)_ 정재민/ 육군사관학교 교수

   한편, 황현(黃玹/호:매천(梅泉))도 담배를 소재로 한시 몇 수를 남겼다. 먼저 종어요種箊謠는 그가 담배농사를 하게 된 까닭을 전해준다./ 매천의 나이 41세(1895)에 지은 시이다. 이 무렵 그는 소작으로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작농은 땅 주인에게 소작료도 주어야 하고 따로 세금도 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소작농의 곳간은 늘 비었다. 이를 두고 매천은 '풍비풍 風非風' 즉 풍년이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풍년이 들어도 살림살이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는 푸념이다./런데 밭을 일구어 담배농사를 짓게 되면서 살림에 보탬이 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해마다 담뱃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담배 모종을 심으면서, 황현은 내년에 담뱃값이 더 올랐으면 하는 소망을 넌지시 드러낸다.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백성들이 바라는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p.62-63)

 

  *블로그주: 아역십년위전객/ 앙앙맥맥인지동/ 추열요진공사세/ 경실의구풍비풍/ 자종어초전어산/ 시문견노리몽용/ 단득년년어가상/ 긍이삼백균전숭/ 치맹면아진호명/ 수전막소산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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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2020-봄호 <고전산책 -17> 에서

 * 정재민/ 1964년 경기 양평 출생, 육군사관학교 국어국문학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저서 『한국운명설화의 연구』『군대유머 그 유쾌한 웃음과 시선』『리더의 의사소통』『문예사조』『사관생도의 글쓰기』『문학의 이해』『불멸의 화랑』등, 현재 육군사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교수학습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