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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깍쟁이/ 윤석산(尹錫山)

검지 정숙자 2024. 11. 30. 02:12

 

    서울깍쟁이

 

    윤석산尹錫山

 

 

  서울 사람은 깍쟁이

  그래서 흔히 '서울깍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서울 사람들

  무얼 좀 진지허게 설명헐라치면,

  입술을 달싹이며, "그게 그래설라문에" 하며

  말을 되씹으며 그저 길게 뽑기만 합니다.

  특히나 어려운 일을 이야길 허려면

  그놈의 "그래설라문에"가 입안에서 더더욱 씹히고 맙니다.

 

  그래설라문에

  서울 사람은,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가 아니걸랑요.

  갱상도 전라도 모두 한두 차례씩 세상을 뒤잡고 흔들 때

  대통령도 한번 못 낸 서울, 서울 사람들

  그래설라문에

  겉 똑똑이 속 미련이 서울 사람은

  정말로 깍쟁이도 못 된답니다.

     -전문(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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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