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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벌레/ 윤석산(尹錫山)

검지 정숙자 2024. 11. 25. 01:37

 

    집게벌레

 

    윤석산尹錫山

 

 

  집게벌레의 집게를 보면

  우습지도 않다

  자기 몸을 손가락으로

  찍어 누를라치면

  꼬리에 달린 갈라진 집게를 벌리고,

  그것도 무슨 무기라고,

  물려고 덤비는 모습

  온몸에 힘을 주어

  치켜올린 집게로 사방을

  허우적거리는 모습.

 

  집게벌레의 집게를 보면

  이건 우습지 못해

  애처롭기가 그지없다.

  최선의 무기가 고작

  꼬리에 달린 작디작은 집게인 것을.

  그리하여 결정의 순간

  아무러한 힘이 되지 못하는 집게

 

  보이잖는 거대한 힘들로부터

  때때로 우리는 찍혀 눌리어지고

  그리하여 허우적이는

  최선의 집게

  결코 최선이 되지 못함을

  우리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

     -전문(p. 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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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