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양파/ 박영기

검지 정숙자 2024. 9. 30. 01:12

 

    양파

 

     박영기

 

 

  반 가른다

  

  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겹겹의 괄호들

  괄호 밖으로 밀려나는 어둠

  괄호 속으로 뛰어드는 빛

  괄호 속에서

  흰 빵을 굽고 눈물샘이 넘치고

 

  보름달을 품은 초승달과 그믐달

  기도하는 손

 

  고요한 수반에 가지런히 모은 손

 

  뻗어 내리는 물의 하얀 발가락

  솟아오르는 물의 푸른 손가락

 

  빈 심중에 고이는 물의 근육

 

  다시 양파

 

  반 자른다

 

  철렁 내려앉는 가슴

  거울 속 희디흰 얼굴과 마주한 흰 얼굴

 

  펼쳐 놓은 흰 노트

 

  양파가 양파 속을 읽는다

     -전문(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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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화집 『시골시인   Q』에서/ 2023. 7. 31. <걷는사람> 펴냄

  * 박영기/ 경남 하동 출생, 2007년 『시와 사』으로 등단 , 시집『딴전을 피우는 민달팽이에게』 『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