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예술적인 운동장/ 문저온
검지 정숙자
2024. 9. 28. 02:16
예술적인 운동장
문저온
금관악기 소리가 밤하늘로 퍼진다
금빛 호른을 불며 체육복을 입은 아이가 조회대에 서 있다
금빛 음악이 검은 운동장을 어루만진다
매일 밤 한 사람 누군가 저기 서서 악기를 분다면 좋겠다
그게 연습생이면 좋겠다
연습생답게 나는 천천히 운동장을 돈다
잘했어, 잘했는데, 잘 안 되는 부분은 백 번을 연습해 와, 알았지?
마스크를 쓴 사람이 아이를 올려보며 말한다
연습은 좋은 말이다 연습은 예술이 아니지만 연습은 예술적일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가는 일도 예술적으로 연습에 그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툭 툭 발끝에 채인다
호른은 몸을 말아 창자와 등뼈를 이루었다 예술적으로
-전문(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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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화집 『시골시인 Q』에서/ 2023. 7. 31. <걷는사람> 펴냄
* 문저온/ 경남 진주 출생, 2015년 『발견』으로 등단 , 시집『치병소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