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오리온성운/ 김숲

검지 정숙자 2024. 9. 12. 19:12

 

    오리온성운

 

     김숲

 

 

  하늘에서 상상이 반짝인다 컴퓨터 화면 속에 펼쳐진 성운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 나는 벌처럼 1,300광년 떨어진 오리온성운으로 날아간다 상상력을 오리온성운만큼 키우다가 불타는 혜성처럼 잘게 부서트리기도, 빛을 산란시켜 지구의 저녁노을을 펼쳐 놓기도 한다 젊은 별들로 이루어진 트리페지움 성단에서 푸르게 빛나는 상상. 나의 청춘이 그 성단에서 빛나고 있다 신의 입김인 가스와 먼지구름 속에서 태어나는 어린 별들을 보기도, 프로토톡래넷 디스크 원시행성 원반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말머리성운의 어두운 실루엣으로 들어가 히힝 울기도, 수억 광년 펼쳐진 우주 속을 달리다 말발굽을 오메가 성단에 놓고 왔네 수많은 상상을 조합해 만든, 아니 나의 삶 같은 초신성을 폭발시켜 시간의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 뱅뱅 돌기도  한다 상상을 가느다란 곡선 모양의 로프처럼 만들기도, 가끔은 꼬리 부분에 밝은 배듭 모양으로 만들어 가장 어두운 별 근처에 펼쳐 놓는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성운과 보지 못한 우주 속 수많은 성운이 설렌다 나의 상상은 오리온성운에서 오렌지 빛깔과 짙은 블루와 블랙으로 빛난다

   -전문(p.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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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 제6집 『물을 돌리다』에서/ 2024. 7. 30. <파란> 펴냄 

  * 김숲/ 2014년『펜문학』으로 등단, 시집『간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