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장미/ 함태숙

검지 정숙자 2024. 9. 3. 02:22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장미

 

     함태숙

 

 

  투명 실린더 안에 있었죠

  측량하고 싶은가요

  이 시대를

 

  눈금의 영도는 사회적 온도일까요

  유토피아라면 이 모든 것이 모조리 가짜이겠지만요

 

  난처한 듯 그러나 진심을 다한 어색함으로 앞섶에 찌른 손을 빼서

 

  운명이 다가오듯이

 

  온 우주가 떨리네요

  우리는 한계에서 각자의 얼굴을 주워요

 

  체처럼 밀림의 손가락들이 다 잘리고

  극동의 드럼통 안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사라진 지문 같은 불가항력의 손가락으로

 

  누구를 증언합니까

  물결은 무엇을 삼키고 무력한 표면입니까

  저는 시간의 중독을 시간의 의지로 읽고 싶지 않습니다

 

  투탕카멘의 관처럼 일어선 투명한 벽 속에

  두 팔을 엑스자로 (상징은 크리스트인가요? 종교적 상상력도 우리를 열등하게 유목화시킵니다)

 

  노끈처럼 꽁꽁 당신의 심장을

  신들의 반대편으로

 

  입김으로 다차원을 생성할 수 있는 거라면 당신은 인간을 선택하고

  당신은 교환 없는 사랑을

  당신을 지향하는 외부의 경계 속으로 피 흘리는 가시를 가시화하고

  당신은 기준점 없는 실린더 안에

 

  죽음의 표본처럼

  하나의 개념이 되겠지요

 

  전체를 다 바쳐

  얻은 하나의 오류

 

  뿌리를 커팅한 직립이 가슴 아픕니다만

  그것이 우리들의 패배는 아닙니다

 

  물이

  물이 필요합니다

 

  쓸쓸한 광기로

  광기의 쓸쓸함으로 균질한 모순과 수식과 피수식의 동일한 음계 속으로

  영원한 자기 폐쇄 속으로

 

  나발니

 

  동의합니다 이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무력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겠죠?

  무력에 굴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손가락이 뜯기고

  달의 호가 진리의 상징을 부숴버리듯이 끝까지 자기의 파편을 지지하고 서 있는 것을

     -전문(p. 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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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여름(90호)호 <신작시> 에서

  * 함태숙/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새들은 창천에서 죽다』『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토성에서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