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느 새벽/ 강인한

검지 정숙자 2024. 9. 3. 01:57

 

    어느 새벽

 

    강인한

 

 

  깊 은 강 잔잔한 물소리 들린다

  내 곁에 잠든 아내.

 

  내가 당신 속을 끓게 한 말들

  당신이 나를 미치게 한 옛날도

 

  더러는 굽이치는 흐름이었네.

 

  가난하고 순한 젊음에 반짝

  이 새벽 촛불 하나 드리고  싶다.

 

  우리 집 세 마리 토끼를 위해

  공판장에서 과일을 머리에 이고 오던 걸음

  오명가명 한 시간.

 

  어머니 떠나시고

  장독의 상한 간장 죄다 바가지로 퍼내 버린

  아내의 가을도

 

  함께였다, 50년······

     -전문(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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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24-여름(90호)호 <신작> 에서

  * 강인한/ 1967⟪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장미열차』등 12권, 시선집『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비평집『백록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