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빛나는 아침의 이야기/ 박형준
검지 정숙자
2024. 8. 31. 14:51
빛나는 아침의 이야기
박형준
눈 많이 내린 아침결엔
지붕에 올라가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머리위 눈발을 털며
들판에서 잠을 자다 일어나는 새들의
날갯짓을 흉내 내었다
담벼락에 기댄
삽에 쌓인 눈이 흩날리며
햇빛에 떠다니는 모습 바라보았다
마을로 날아온 아침 새떼들이
첫 발자국을 찍고 있는 건너편 지붕들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새들의 울음소리 들으며
친구들이 떠나갈 때
손 흔들던 환영에 빠지곤 하였다
나도 언젠가 마을을 떠나겠지만
새들이 첫 발자국을 남긴
햇빛으로 가득한 아침 지붕의 빛나는 눈의 언어로
내 이야기를 써나갈 날이 오리라 기대했다
-전문(p.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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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년간 『미당문학』 2024-하반기(18)호 <신작시> 에서
* 박형준/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 시집『나는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있다』『춤』『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불탄 집』『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