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뒷걸음질만 하는 어머니의 말/ 칭파 우(Ching-Fa Wu)

검지 정숙자 2024. 8. 28. 01:32

 

    뒷걸음질만 하는 어머니의 말

          하카 시에서 번역됨

 

     칭파 우(가오슝 메이롱, 1954~ ) 

 

 

  "내가 어렸을 땐,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머니는 옛날부터 말을 끌고 나오셨습니다.

  "훨씬 나은 너희와는 달랐어."

 

  어머니는 말을 어떻게 다룰 줄 몰랐습니다.

  말은 뒷걸음질 치며

  원을 그렸습니다.

 

  "내가 어렸을 땐,

  삶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이지 먹을 쌀이 없었어,

  노랗게 잘게 썬 고구마만

  솥 바닥에,

  힘을 다해 긁어모았어, 

  바닥의 쌀 몇 알을 얻으려고."

 

  "어렸을 적

  삶은 너무 힘들었어,

  훨씬 나은 너희와는 달라."

 

  어머니는 말을 끌고,

  뒷걸음질로

  두 번이나 돌았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

  고기도 없고

  할아버지가 산에 덫을 놓아서

  작은 사슴을 잡았지."

 

  "사슴은 맛이 좋아요!"

  아내는 어머니의 말을 빼앗으며 반박했습니다.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고삐는 다시 어머니 손에 쥐어졌습니다.

 

  "내가 어렸을 땐,

  삶이 너무 힘들었어."

 

  어머니는 말을 뒤로 끌어

  다섯 번을 돌았습니다.

 

  여섯 번, 일곱 번

  그리고 여덟 번을 거꾸로 돌았죠    

  고장난 축음기처럼

  바늘이 튀듯이 반복되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 너무 힘들었어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오후 내내,

  어머니의 말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말을 뒤로, 뒤로, 뒤로만 끄시고     

  마침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물만 자꾸 흘러내렸습니다.

     -전문(p. 156-160)

 

  * 블로그 註: 영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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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 연구소』 2024-가을(15)호 <지구촌 시단 Ⅲ/ 자선시> 에서 

  * 칭파 우(Ching-Fa Wu)/ 1954년 가오슝 메이롱 출생, 소설가, 시인, 평론가, ⟪서민일보⟫ 뉴스 해설가, 유명 라디오 진행자, 문화위원회 부위원장, 핑둥현 문화서비스 국장 역임, 저서『우리 인간』, 시집『바람』, 『어머니의 찻집』(영화, 드라마 제작), 『가을 헬레늄』, 소설『세 걸음』등 10여 권. 

  * 영역: Zhengwei Chen

  * 한글역: 변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