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무작정 숲 외 1편/ 김자흔

검지 정숙자 2024. 8. 23. 02:07

 

    무작정 숲 외 1편

 

    김자흔

 

 

  라디오 소리는철따라 숨어버리죠

 

  죽은 나뭇가지는 술렁술렁 열매를 맺고

  방랑의 신은 바다에 철벽을 이루었죠

 

  방울 목에 방랑을 걸어준 바람은 노새 꼬리를 잡고

  아무도 들지 않는 숲으로 무작정 들어갔답니다

 

  그냥 멈추어 바람을 안을 수 있는

  금지된 이유를 이끌어 가려나 봐요

  숨은 것도 아니고 안 숨은 것도 아닌

  우연은 운명이 될 수도 있거든요

 

  저기 방금 전 숲과 자연 사이에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방랑이란 숲이 이렇게 사유할 수 있는

  단어인 줄 몰랐어요

 

  오는 봄이 추워 우리 집 냉장고가 가난해졌답니다

 

  겨울은 재밌었냐고요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무도 들지 않는 방랑 숲이에요

     -전문(p.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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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명한 마이너스들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괜히 그 자리에서 말려든 게 아니다

 

  무지와 몽매의 편에서

  그 역할을 해대며

  쯧쯧! 딱하게도!

 

  딱히 수준 이하란 단어가

  이렇게 찰떡으로 잘 맞아떨어진 적은 없었다

 

  0.1도 없는 양아치의 품새에

  거기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오, 마이너스들!

 

  매워서 고추라고?

  뜨겁게 매워서 청양고추라고?

 

  놉!

 

  딱 고것뿐인 잡것인 줄 이제 알았으니

  봉선화를 휘감고 올라온 야생 콩줄기를

  가차 없이 제거해 주었다

     -전문(p. 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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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에서/ 2024. 7. 29. <문학의전당> 펴냄

  * 김자흔/ 충남 공주 출생, 2004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고장 난 꿈』

『피어라 모든 시냥』『하염없이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