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추모-시) 쥐/ 김광림
검지 정숙자
2024. 8. 19. 01:34
< 故 김광림 시인 추모>
쥐
김광림(1929-2024, 95세)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간
나모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전문, (『현대시』 2004. 7월호)
■ 김광림 시인이 2024년 6월 9일 타계했다. 향년 95세.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출생했다. 忠男이 본명이며, 光林은 필명이다. 1948년 ⟪연합신문⟫에 '문풍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제28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상심하는 접목』등 18권이 있고, 시론집『존재에의 향수』등 8원이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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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4-7월(415)호 <권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