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추모-시) 퀸/ 이초우

검지 정숙자 2024. 7. 30. 01:43

< 故 이초우 시인    추모>

 

   

 

    이초우(1947-2023, 76세)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언제나 어린 나를 손잡고, 난 아빠와 결혼할래, 내 고갱이 속에

  아버지가 자꾸만 자라나는 여왕의 자리에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었어요.

 

  내 머리카락은 광명단처럼 붉었고, 우아한 인형의 옷 같은 내 원피스, 격조 높은 붉은색 유화를 

  그렸지요 여왕이 돼 가던 나의 아버지, 전교 수석이란 날 유령처럼 희롱한 그 아이들, 함께했던 나의 하느님은 몸시 바쁘셨나 봐요. 

 

  내가 세상의 디자인을 구상할 때였어요. 어쩐지 난 두 개의 손만으론 내가 여왕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시시각각 우아! 하고 절규하곤 했지요. 그날 밤 나는 푸른 두 손바닥 위에 부처의 얼굴을 디자인해 넣었어요. 오! 나의 또 다른 손들.

  내 양쪽 팔꿈치에서 나뭇가지처럼 돋아난,

  가지런히 물감 짜는 섬세한 내 왼손이 있었고, 오른손에는

  쥐의 콧수염이 달린 붓이 들려 있었어요.

  아휴! 아버지, 그럼 당신은 중년의 왕자란 말입니까? 졸음에서 깨어난 오후.

  내 어깨 아래에 자라난 세 번째 오른손, 무스 바른 정장 차림의 왕자가 그 손아귀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전문, (p. 권두) 

 

 

  * 이초우 시인이 2023년 12월 5일 타계했다. 향년 76세. 시인은 194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월간『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1818년 9월의 헤겔선생』『웜홀 여행법』이 있다. 현대시회 회장을 역임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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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4-1월(409)호 <권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