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나를 찾아서 외 1편/ 김육수
검지 정숙자
2024. 7. 10. 01:53
나를 찾아서 외 1편
김육수
왕산골행 941번 첫차가 오면,
옷 위에 올라앉은 어둠과 오른다
차창에 새겨진 무표정한 얼굴
낯설어 보이지만 어젯밤 죽었던 내 얼굴
고개 숙인 논길을 지나
조팝나무 안내 따라
한적한 왕산골에 배송되는,
밤새 강한 척하다 죽었던 나는
어둠 뚫고
먼저 온 햇살을 포옹한다
대나무 샛길로 가다가
숲 사이로 잠기는 늪
그 늪에 빠져 지난날 죽었던 내가
수많은 나를 바라본다
햇살을 포옹하며 묻혀 있다가
어둠의 단추를 풀고 다시,
다가올 나를 찾아가는 시간들
-전문(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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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회 센터
밀려온 바다에 발목 잡힌다
대야에 산소호흡기 달려 있다
허연 배를 드러낸 광어
아가미로 가쁜 숨 뱉는 놀래미
저저의 눈을 가진 우럭
중병에 걸린 듯 미동도 없다
주인 여자가 꼬챙이로 진단한다
술에 목마른 사람들
눈에 불을 켜고 선택한 광어
바다를 향해 꼬리를 흔든다
머리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는
도마 위에서 춤을 추는 주방장 손
사람들 철썩철썩 미소가 흐른다
-전문(p.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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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저녁이라는 말들』에서/ 2024. 6. 27. <황금알> 펴냄
* 김육수/ 강원 고성 출생, 2023년 『문학청춘』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