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 정숙자 2024. 5. 22. 01:57

 

   

 

     신원철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히말라야 깊은 산속 가릉빈가 새

  청청 수려하다는 그 목청.

  강화도 보문사 사시예불, 독경하는 젊은 스님의

  샘물 같은 목소리가 꼭 그랬지요

  그때 나는 대웅전 앞 큰 느티나무 아래 벌렁 드러누워

  "아이고 이놈의 절 올라오는 언덕길이 장난 아니네!"

  투덜대면서

  팔락팔락 나부끼는 잎사귀 사이로

  슬쩍슬쩍 엿보이는 흰 구름에게 그 마음을

  가만히 내맡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쪽저쪽 처마들이 댕그렁 댕그렁

  한 소리 시작하는 거예요

  스님도  목탁을 놓고 요령을 흔들기 시작했어요

  쨍그렁쨍, 댕그렁댕, 쨍쨍, 댕댕······

  이 소리 저 소리 한가운데서

  나무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지요

  이렇게 수선스러운 절집은 처음이었지만

  마음은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전문(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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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터 동인 제7집 『시 터』 2022. 11. 10.  <현대시학사> 펴냄

  * 신원철/ 2003『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세상을 사랑하는 법』『동양하숙』『노천탁자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