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방아쇠증후군/ 강기옥
검지 정숙자
2024. 4. 30. 02:10
방아쇠증후군
강기옥
"아야야 아야"
과녁도 없이 겨냥하는
아내의 총구에는 총알이 없다
좁쌀과녁이라도 되어야 할 상황에
나는 철없이 화약만 장전했다
식탁에 윤기를 더하려는
칼질과 가위질
난도질당하는 건
도마가 아닌 엄지손가락이었다
방아쇠를 움켜쥔 뼈마디에
열불만 질러대는 철없는 밥상
사단장 군단장을 능가하는
된장 간장 고추장을 거느린 명장
서툰 총잡이가 당기는 방아쇠에
내 뼈마디가 미리 아프다
-전문(p. 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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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4-3월(661)호 <이달의 시> 에서
* 강기옥/ 1995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빈자리에 맴도는 그리움으로』『그대가 있어 행복했네』『오늘 같은 날에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