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불수의적 정체(停滯)/ 전형철

검지 정숙자 2024. 1. 13. 01:48

 

  불수의적 정체停滯

 

   전형철

 

 

1.

먼 대양에서 길어 올린 전갱이며 고등어들이

골목에 싱싱하다

 

2.

지나간 사랑에게 일련번호를 매길 때

빗방울은 다른 굴절률을 지닌 렌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이, 우리가

잃어버린 우산들은 어느 하늘에

별자리가 되었던가

 

뭇별은 구름 위에

문신을 새기고

웅덩이는 다시 구름의 지도를

지상에 부려 놓는다

 

3.

바람이 나무의 깃을 붙들다 놓쳐 버린다

늑대인간은 핏빛 보름달에 광란하고

정체는 비린내에 발작한다

 

눈자위가 눅눅하다

 -전문(p. 110-111)// 『다층』 2009-여름(42)호 수록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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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3-겨울(100)호 <다층, 지령 100호 특집 -100> 에서

  * 전형철/ 2007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고요가 아니다』『이름 이후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