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김재혁_하인리히 하이네의『노래시집』中/ 노래의 날개에 실어

검지 정숙자 2023. 10. 30. 02:45

 

    노래의 날개에 실어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59세)

 

 

  노래의 날개에 실어, 사랑하는 이여,

  나 그대를 저 멀리 데려가리,

  詩의 들판으로 데려가리,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곳으로.

 

  그곳엔 조용한 달빛을 받으며

  빨갛게 피어나는 정원이 있다네.

  그곳엔 연꽃들이

  사랑스런 누이를 기다리고 있다네.

 

  제비꽃들은 방긋 웃으며 서로 애무하고

  먼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본다네.

  장미들은 남몰래 귓속말로

  향기 나는 동화를 속삭인다네.

 

  초롱초롱한 눈의 유순한 양들이

  뛰어와 귀담아듣고,

  먼 곳에서는 성스러운

  강 물결이 출렁인다네.

 

  그곳 종려나무 아래

  우리의 자리를 잡고

  사랑과 안식을 마시며

  복된 꿈을 꾸고 싶다네

    -전문-

 

  ▶하인리히 하이네의 『노래시집』(부분)_ 김재혁/ 시인 · 문학평론가

  나치가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59세)「로렐라이」(원제 : 「알 수 없는 일이다」)를 그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금지시키려 했으나, 그 노래시가 워낙 독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애송되던 터라 금지시키지 못하고 작자 미상의 민요라는 딱지를 붙여 부르도록 허용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시를 담고 있는 노래시집(Buch der Lieder)(1827sus cnfrks)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공을 거두어 이미 시인의 생존시에 독일에서만 13판을 거듭하여 그가 망명처 파리에서 절망과 궁핍에 시달릴 때에도 그에게 많은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주었으며, 그의 작품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인쇄되고 번역되어 시인으로서의 하이네의 명성을 드높여 주었고 오늘날까지도 하이네를 낭만주의적 서정시인으로 일방적으로 단정짓게 하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

  하이네에게서 얼핏 보아 페트라르카 풍의 달콤한 사랑시가 초기에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은 그의 사촌누이인 아말리에와의 불행한 사랑에서 비롯한다. 그녀는 하이네의 사랑을 뿌리치고 1821년에 한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였으며, 이로 인한 하이네의 마음의 상처는 그의 문학의 곳곳에 하나의 정신적 상흔傷痕으로 그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이것은 노래시집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그의 시에서는 사랑이 순수하고 조화롭게 전개되지 않고, 항상 사랑이 일종의 증오심이 가미된 양립감정의 상태로 나타난다. 아말리에에 대한 사랑과 실연은 하이네의 순수한 사랑에의 동경이 사랑에 대한 현실적 환멸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가 시를 통해 사랑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노래하는 동인이 되기도 하였다(「노래의 날개에 실어」). 이러한 양립감정을 하이네는 "꿀통 속에 담긴 고통과 같다"는 말로 명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이네는 사랑의 '꿀'을 찾아 환상적인 사랑과 꿈이 펼쳐지는 시의 벌판을 헤매며 환상의 소녀를 그리게 된다(「꿈속의 영상들」). 「꿈속의 영상들」의 두 번째 시에서 소년은 꿈속을 헤매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일     흰 옷을 빨고 있는 것, 참나무를 베고 있는 것, 구덩이를 파는 것 등    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것임      그의  수의를 빠는 것, 그의 관을 만드는 것, 그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    을 알고 기겁을 하여 꿈에서 깨어난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나쁜 노래' 및 '뒤숭숭한 꿈들'을 '사랑'과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많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그의 '관' 속으로 집어넣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 '관'은 모든 것이 자리하는 시 자체였다(「케케묵은 나쁜 노래들」). 하이네는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시로써 극복해보려 한 것이다. 이로써 그의 문학의 테마는 사랑과 죽음 그리고 詩로 압축되기에 이른다. (p. 시 202-203/ 론 189-190  * 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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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3-여름(114)호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 하인리히 하이네 시편>에서

  * 김재혁/ 1959년 충북 괴산 출생, 문학박사, 시인, 고려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독일 쾰른 대학교 수학, 현재 고려대학교 독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