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꿈/ 홍정임
예쁜 꿈
홍정임
나는 죽어 누구의 먹이이고 싶지만
누군가가 맛있게 먹고 새끼를 배고 사랑도 하고 살았으면 하지만
새근 새근 자고 꼬물꼬물 기었으면 하지만
이 못 돼 먹은 세상에서 그런 사랑스러운 일은 꿈 꿔 봤자
헛일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주검을 불에 넣으면
불 속에서 내 살들은 돼지고깃점이 익듯이 금방 꺼매지고
오그라들겠지
물기 많은덴 피싯거리고 푸싯거리겠지
기름기 많은덴 지글지글 끓겠지
그렇게 타들어 가다가
창자도 푹푹 터지고
염통밥통 하는 것들도 빵빵 터지겠지
손가락발가락은 서로 닿았던 적이 없는 것처럼 깔끔하게
따로 떨어지고
나를 잡아먹으려고 가뒀던 눈구멍도 입구멍도 드러나겠지
그러면
안녕
나
인간 밖으로 간다
-전문(p. 52-53)
표4> 전문: 굳이 시집을 낼 필요가 있겠냐는 말에 그럴 가치가 있을 거라고 등을 떠밀어 여기까지 왔다. 오랜 시간이었고 오랜 바람이었다. 그동안 그녀는 '놀랄 만큼 성장했고 잘 여물어서' 나로서는 기다린 보람이 있고, 채근한 보람이 있다.
물러빠져서 아무런 말에도 풀어질까 봐, 연해 빠져서 쌀 말 무게에도 목이 꺾일까 봐, 답답해서 숨 쉬지 못하는 관계로 썩어갈까 봐, 속이 비어서 빈 데마다 좋잖은 것들 들어찰까 봐, 좁아서 받아들이지 못해서 사랑도 못 넣을까 봐. 느려터져서 아무석도 때를 놓칠까 봐 안타깝고 애 닳았던' 시인이,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홀로 불콰해져서 정선아리랑을 불러주던 시인이, 이제 자신의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붙여쓰기는 그녀의 것이다.
그녀의 띄어쓰기는 그녀의 언어다.
그녀의 언어는 그녀의 언어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지지한 뿐이다.
이제 우리는 꿈속인 듯 꿈 밖인 듯 낮은 소리고 전하는 그녀의 아리랑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강송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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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영월, 아리랑』에서/ 2023. 10. 5. <디엔더블유> 펴냄
* 홍정임/ 1961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부터 <글벗문학회> & <하늘샘독서회> 회원,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