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슬 세상/ 유재영

검지 정숙자 2023. 9. 22. 01:25

<시조>

 

    이슬 세상

 

     유재영/ 시조시인

 

 

  이슬들이 모여서 쪽방촌을 이루었다

  아침을 물고 온 새 물똥처럼 새하얀

  물방울 은빛 사리가 가지런히 눈부신 곳

 

  오늘의 초대 손님 실잠자리, 구름 한 점

  터줏대감 소금쟁이, 청개구리, 까마중

  조금은 옹색하지만 불평 없이 동거하는

 

  주인도 세를 사는 하늘이 맑은 동네

  온 몸을 톡! 던져서 풀잎 발등 적시는

  작아서 더 좋은 것, 저 깨끗한 전신공양

    -전문(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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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3-8월(654)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유재영/ 대표작> 中

  * 유재영/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시-박목월 & 시조-이태극 추천으로 문단에 나옴, 시집『한 방울의 피』『지상의 중심이 되어』『고욤꽃 떨어지는 소리』『와온의 저녁』, 한국 대표 명시선 100『변성기의 아침『구름 농사』, 권달웅·나태주 ·이준관 등 4인 시집『산도화 그늘 아래』, 시조집『햇빛시간』절반의 고요』『느티나무 비명』, 외 다수, 윤금초·박시교 ·이우걸 등 4인집『네 사람의 얼굴』『네 사람의 노래』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