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와술/ 안은숙

검지 정숙자 2023. 9. 11. 00:48

 

    발와술

 

    안은숙

 

 

  허리를 구부린 사람은

  굽혀진 안쪽에 궁리가 있다

 

  약자의 굴욕은 힘이 세다

 

  왜 활은 당겼다 놓았을 뿐인데 날아갈까

  그렇다면 새들은 다 시위하는 것일까

 

  구부리고 자는 사람의 품엔 외로운 꿈이 있다

  동종의 그림자가 있다

  측은과 욕망이 함께 있다

 

  내뱉는 말에

  자신의 원심력이 있다는 것

 

  반쪽만 숨는 방식으로 현혹하는

  발와술撥窩術

 

  허리를 구부리고 마음을 달래주는

  밝은 애인들의 친밀한 궁리들로

  누군가는 귀가 먹고

  속수무책이 된다

    -전문(p. 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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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 사람』 2023-가을(11) <poetry & science/ 기발표작> 에서

   * 안은숙/ 서울 출생, 2015년『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지나간 월요일쯤의 날씨입니다』외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