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 외 1편/ 박덕은
물멍* 외 1편
박덕은
물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
시퍼렇게 멍 든 물도 수억 년을 허공만 바라보며
제 안의 멍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겠지
멍에는 일종의 출렁이는 주파수가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로를 끌어당기며 편안해지지.
- 전문(p. 115/ 상단의 그림은 책에서 감상 要)
* 물멍: 물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일.
해설> 한 문장: 박덕은 작가의 이번 작품집은 숲과 폭포· 호수 ·물이 주된 소재로 색채 이미지로 '분홍' '초록(연두)' 등이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나며, 사물을 감각화시키는 특징을 보여준다. 더불어 자연에서 생명성을 발견하는 시편,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는 시편, 자연을 하나의 책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박덕은 작가가 이번에 펴낸 그림시집 형식의 명칭은 기존의 시화집과는 분명하게 창작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시집이라는 명칭보다 더 정확한 이름을 붙여야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예술에 대해 선뜻 명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예술형식의 출현은 '시의 위기시대'를 타개하는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지칠 줄 모르고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며 타 장르와의 융-복합을 시도하는 박덕은 작가의 위대함은 우리 문학사와 미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p. 시 115-/ 론 128-129) (강경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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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궁금하다
그곳을 떠나온 이후로 숲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은 봄날을 무단횡단하다
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뎅뎅뎅 밀려오는 바람 소리에
연둣빛 가슴은 멍들지는 않을까.
- 전문(p. 39/ 상단의 그림은 책에서 감상 要)
해설> 한 문장: 이 작품의 화면은 녹색과 황색으로 채워져 있다. 색상 중에서 가장 명도가 높은 황색과 중간 명도를 지닌 녹색이 어울려 생생한 자연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황색을 돋보이게 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수채로 그린 듯 물감이 번지는 듯 효과를 통해 숲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고 있는 이 화면은 추상미술을 연상하게 하여 숲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화자는 숲의 안부를 묻는다. 특히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은 봄날을 무단횡단하다/ 후다닥 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여 쉽게 지는 꽃을 염려한다. 여기에서 '꽃이 봄날을 무단횡단하다'는 매우 감각적이다.꽃이 쉽게 지는 모습을 의인화하였는데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과 "뎅뎅뎅 밀려오는 바람 소리"등의 시행과 함께 생명력이 넘치는 봄날의 풍경을 실감나게 그려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봄의 생명체들이 "후다닥 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연둣빛 가슴은 멍들지는 않을까" 하며 시종 봄날 피고 자라는 생명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시 전면에 흐르고 있다. (p. 시 39/ 론 143-144) (강경호/ 시인 ·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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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시집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에서/ 2023. 5. 29. <시와사람> 펴냄
* 박덕은/ 1952년 전남 화순 출생, ~?년『시문학』추천 완료,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197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시집 『느낌표가 머무는 공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