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한참을 망설였다/ 박덕은

검지 정숙자 2023. 9. 9. 15:50

 

    한참을 망설였다

 

    박덕은

 

 

  숲으로 이사 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걱정이라며 풀들은 걱정하고

  풀벌레와 개울물은 괜찮다고 했다

  숲은 어우렁더우렁 어울릴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만의 색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전문(p. 38/ 상단의 그림은 책에서 감상 要)

 

  해설> 한 문장: 이 작품의 화면도 녹색 주조의 단색으로 구성되었다. 숲을 형상화한 것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숲속의 작은 폭포가 보이고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다. 흔히 '숲'을 떠올리면 '고요하다' '침묵하다'를 연상하기 십상인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걱정이라"는 풀들의 걱정이 있다. 물론 화자가 숲으로 이사 와도 되냐는 물음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풀벌레와 개울물은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숲은 어우렁더우렁 어울릴 수 있겠냐"고 묻는다. 결과적으로 화자는 숲에 오면 여러 가지 불편해질 것이라고 단정하여 스스로 숲으로 이사 오는 것을 접는다. 작은 이야기가 있는 이 작품은 의인화법을 통해 숲과 화자가 소통하는 방식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고요'와 '침묵'으로 인식되는 숲의 세계를 마치 동화적인 세계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사물의 감각을 깨워 사물이 지닌 본질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p. 시 38/ 론 145-146) (강경호/ 시인 ·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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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시집 『당신의 저녁이 되고픈 날』에서/ 2023. 5. 29. <시와사람> 펴냄  

  * 박덕은/ 1952년 전남 화순 출생, ~?년『시문학』 추천 완료,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197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시집 『느낌표가 머무는 공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