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詩' 그대는 안녕하신가?/ 고종목
검지 정숙자
2023. 8. 25. 02:21
'詩' 그대는 안녕하신가?
牛步 고종목
한때는 시가 영원히 반짝이는 하늘에 별로 보였다
날이면 날마다 쏟아져 나와 범람하는 시로
시 그대여 안녕하신가
손에 잡힐 듯하던 하늘에 별은
고개를 저으며 슬그머니 돌아서 등을 보였다
누구의 시인지도 모르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시?
나인가? 너인가? 아니면
폐지 더미에 버려져 재활용 수거지로 실려 가는 시
이래도 계속 시를 써야 되는가?
모든 시가 시를 버려도
나는 나를 버릴 수 없듯이
차마 버리지 못한
주눅 들지 않고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한 벌거숭이
그 그대여 안녕하시라
-전문(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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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변명』에서/ 2023. 8. 10. <글나무> 펴냄
* 牛步고종목/ 1937년 강원 평창 출생, 시집『성마령의 바람둥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곤드레 아라리』『바늘과 실 그리고 나』『바늘구멍』『바늘의 언어』『조각놀이』『시, 後』『조각보 아리랑』『긴급 수배자 조각보 몽타주』, 작품집『조각놀이 이야기』, 산문집『감사 바이러스』, 현대 조각보 개인전:송파문화원, 초대전:구로 고척도서관, 조각놀이 이야기전:송파문화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념:조각놀이이야기초대전// 신한국인대통령표창(1995), 보건복지부장관상(2007), 정인욱복지재단상(2015)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