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열매들/ 유계영

검지 정숙자 2023. 8. 18. 00:50

<2023, 제24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中 

 

    열매들

 

    유계영

 

 

  놀이터가 우거집니다

  헤어지고 있기 때문에 윤곽선이 더 밝습니다

 

  아이가 삭정이를 주워다 모래사장에 꽂고 있습니다

  뭘 만드니? 물어보면 나무 만들어요 그럽니다

  나무로 나무를 만든다고? 내가 웃으면

  훔쳐온 걸로 내 걸 만들어요 엄정하게 고쳐 말합니다

 

  내가 낳은 것이 나를 닮은 난감함을 어떻게 견딥니까?

  한손에 돌멩이를 쥐고 생각합니다

  한때 바윗덩어리의 깊은 심방이었던 것이지요

 

  뒤집어 입으면 

  나는 티셔츠의 바깥에 있습니다 쫓겨난 것 같습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묻는 쪽은 나인데 닫힌 문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붙잡고 기도하게 되었을 때

  사물이 스스로 터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 상태라는 것

  모래에 삭정이를 꽂아 만든 정원에도 포도가 영글고

 

  철거 대상 빌라의 벽면을 따라 인부가 상승 중입니다

  스카이차 바가지에 담겨

  공중에서 그는

  빵도 먹습니다

    -전문(p. 102-103)

 

  심사평/ 오형엽  김언  안지영  양순모

 

   -------------------

   * 『현대시』 2023-5월(401)호 <기획성/ 제24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자 유계영 특집> 에서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지금부터는 나의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