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감사패/ 한연순
검지 정숙자
2023. 8. 13. 02:35
감사패
한연순
누군가의 유품을 정리하고 이사 가는 날
한 생애의 노고와 기쁨이
아파트 쓰레기장에 나와 있다
한때 자부심이었거나
흔들리며 중심 잡던 가장의 무게였을
하늘 같은 버팀목 아버지,
맨바닥에 늘어놓은 이름값의 내력을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한 그루가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현금화될 수 없는
아버지의 눈물이
수거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p.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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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피플』 2023-여름(03)호 <신작시>에서
* 한연순/ 2000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시집『방치된 슬픔』『공기벽돌 쌓기』『돌담을 쌓으며』『분홍 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