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시풀/ 김금용
낙타가시풀
김금용
목구멍 속까지 침이 말라버린
노쇠한 낙타 한 마리
메마른 낙타가시풀을 씹어 삼킨다
살아 있어야
시작되는 모든 것들
혀에 꽂히는 가시풀에 피 흘리면서도
모래가루 붙은 속눈썹 너머로
열사에 뿌옇게 지워진 오아시스를 찾는다
무릎 베고 잠들 짝의 그림자를 찾는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김금용은 사막에서 폐허와 죽음을 읽는, 뻔하고도 낡은 독법을 거부한다. 사막의 갈증을 갈증대로 극대화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절대 버리지 않는 태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살아 있어야/ 시작되는 모든 것들"이라는 성찰이다. 데카르트가 '생각하는 나'의 전제 없이 아무것도 성립될 수 없음을 주장했듯이, 시인에겐 모든 것들이 '살아 있어야 시작'된다. 그러므로 "목구멍 속까지 침이 말라버린/ 노쇠한 낙타 한 마리"가 물이 아니라 "메마른 낙타가시풀"을 씹어 삼켜야 하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래야만 '모든 것들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낙타는 생명성의 이와 같은 정언명령에 철저하게 복종한다. 그것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열사에 뿌옇게 지워진 오아시스를 찾는다" 게다가, 그 와중에 "무릎 베고 잠들 짝의 그림자"를 찾다니. 김금용의 도도한 생명주의는 죽음의 공간인 사막에서조차 이렇게 한 치도 굽히지 않고 생명과 그것의 표현인 사랑을 찾는다. (p. 시 91/ 론 119-120) (오민석/ 문학평론가 ·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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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물의 시간이 온다』에서/ 2023. 7. 15. <현대시학사> 펴냄
* 김금용/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각을 끌어안다』『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넘치는 그늘』『광화문 쟈콥』외, 한·중 번역시집『문화혁명이 낳은 중국현대시』『나의 시에게』『오늘 그리고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