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출 수 있다면/ 김차영
잠시, 멈출 수 있다면
김차영
시곗바늘 사이에 끼어 헐떡인다
초침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태양 아래서 분침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햇살 가득한 꽃망울이 터지며 시침의 속도는 배가 된다
토할 것 같아 멈추려 해도 멈추는 법을 몰라
아니, 잊어버렸다
멈추면 잘게 부서져 어둠의 먹이가 되는 줄 알았다
촘촘한 시간 사이로 바람이 불면
날고 싶은 욕구와 구속 같은 번뇌가 목을 죄어온다
어항 속 금붕어가 허공을 향해 벙긋거리듯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 찾으려 해도
원 안을 맴돌 뿐이다
영은 오늘과 내일의 크레바스
빙하 속 화석으로 굳어 꿈으로 쉰다
꿈이 무슨 색인지 꿈꾸는 자만이 알 수 있다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영과 영 사이 우주에 닿아 태양을 품을 텐데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에서 시인은 우선 그 자신이 "시곗바늘 사이에 끼어 헐떡인다"고 노래한다. "시곗바늘 사이에 끼어 헐떡인다"는 것은 물론 시간 속에 기투되어 정신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경험의 시간으로 보면 그에게도 "초침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하지만 분침은 "빨라지기 시작한다" 자연의 시간과 달리 경험의 시간에서는 "햇살 가득한 꽃망울이 터지며 시침의 속도"가 급격히 "배가 된다" 이처럼 빠른 속도에 기투되어 있다가 보면 누구라도 "토할 것 같아 멈추려 해도 멈추는 법을"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 속도를 "멈추면 잘게 부서져 어둠의 먹이가 되"기 쉽다.
인간에게 부여되는 경험의 시간은 성장 과정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어린이의 경우와 청소년의 경우와 어른의 경우가 모두 다르게 경험되는 것이 인간의 경험적 시간이다. 특히 청년기에 이르면 시간에 쫓겨 "날고 싶은 욕구와 구속 같은 번뇌가 목을 죄어" 오기 일쑤이다. 더 나이가 들게 되면 "어항 속 금붕어가 허공을 향해 벙긋거리듯/ 잃어버린 퍼즐 한 조각 찾으려 해도/ 원 안을 맴돌 뿐이"지만 말이다. (p. 시 29/ 론 137-138) (이은봉/ 시인, 문학평론가, 광주대 명예교수, 대전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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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미이라의 술』에서/ 2023. 6. 30. <미네르바> 펴냄
* 김차영/ 전북 군산 출생, 2021년 『미네르바』로 등단, <군산 시인포럼> 회원